안녕하세요, 우아한형제들 CTO 송재하입니다.
저는 올해 4월 1일에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는데요,
그 이후 몇 달간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고 또 의욕과 영감을 불러일으켜 준 다섯분의 기술이사님들과 기술이사 제도에 대해 여러분들께 소개하는 것으로 우아한형제들 기술블로그와의 인연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들어가며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가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하게 된 얘기부터 먼저 해 보겠습니다. 제가 직전 직장을 떠나 다음 일터를 찾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리를 해 나가던 어느 시점에, 평소 알고 지내던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님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었는데요, 이제 말씀드리지만 처음에 몇 번을 고사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 제 커리어 설계안을 들은 대표님이 매우 도발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한 질문을 던지면서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 에 그 때의 흔적이 남아 있군요.

저는 원래 도메인을 달리해 가며 3년여 전의 제 전직장 정도 회사에 합류해서 유니콘으로 잘 키워 나가는 경험을 재현하면서 “연쇄 유니콘 메이커”로 성장하는 방향을 잡았었습니다만, 대표님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이 진짜 도전” 이라는 얘기에 마음이 동해서 결국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보면, 저는 우아한형제들을 최고의 개발 조직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입사 이전부터 요구받은 내재적 목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걸 좀 더 구체적이고 체감되게 표현해 보면, 우아한형제들을 네OO, 카OO 등을 포함한 유수한 개발 조직들과 어깨를 나란히, 아니 그보다 앞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이 작지 않지만, 앞에서 언급한 다른 클럽들이 가진 긴 업력과 두터운 인적 자원, 총체적 역량을 고려했을 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여러 좋은 여건과 함께, 이번에 소개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술이사 제도와 훌륭한 기술이사님들을 통해 내부의 개발자들이 잘 성장하고, 시스템과 인재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며, 업계에서 선망하는 개발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저 목표를 이루는 올바른 길이라 생각하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술이사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 들어서며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개발직군에 대한 별도의 직급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체계에 따라 개발직군은 TM(Technical Manager) 트랙과 TE(Technical Expert) 트랙으로 이원화하고, 이에 따라 기존의 임원과는 별도 트랙으로 개발직군의 정점에 선 기술이사도 다섯 분을 선임했습니다.

기술이사는 단순히 본인에게 주어진 일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진 경험과 역량을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면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분들로, 소속된 업무조직 내에서의 직책과는 별개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선임된 기술이사 5분의 직책 분포도 실장 1명, 팀장 2명, 팀원 2명으로, 직군 전문가 역할의 면모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술이사 제도는 개인의 역량과 역할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를 나타낸 것으로, 소속 조직이나 직책과 무관하게 본인이 가진 개발자로서의 경험과 역량에 기반한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술이사 제도와 기술이사 개개인의 면면을 소개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 기술이사님들을 소개하기 위해 진행된 DR과 기술이사님들간의 인터뷰를 공유드립니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술이사 다섯분을 소개합니다.





DR : 안녕하세요 여러분 :) 오늘은 오랫동안 여러분이 받아보지 못하셨을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해볼게요.
어떤 계기로 개발자가 되셨나요?

민태 : 언제 어떤 계기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국민…아니 초등학교 때 국민.. 초등학교 때 이모부 댁에 있는 SPC-1000에서 구동되는 게임과 BASIC 코드들을 신기해하며 만져본 기억은 나지만 그게 촉매제였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기술이사 임정기님


정기 : 저도 초등학교 6학년때 컴퓨터학원에서 Basic 이라는 언어를 처음 접했고, 초중고 학창시절 삼국지등 전략시뮬레이션 PC게임을 매우 좋아했었습니다. 아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과를 정할때 게임을 많이 할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모두 컴퓨터관련 학과로 지원을 해서 컴퓨터학부를 전공하게 되었….ㅋㅋㅋㅋ

기배 : 저는 (어린 시절은 건너뛰고) 고등학생 때 사설BBS를 운영했었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나우누리, 천리안 같은 서비스인데요. 이 때는 ANSI 코드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던 세상이었습니다. 그 후로 인터넷 세상이 오면서 자연스레 Perl, PHP, JavaScript를 하게 되며 밥벌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후 과정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후략)

권남 : 대학교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었는데, 사실 그냥 별 생각없이 간 편입니다. 졸업하고 났더니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냥 했습니다. ( DR: 근데 막 하니까 잘한건가요 ㅎㅎㅎ) 하다보니 재밌어서 좀 열심히 하는 편이었습니다. 머리가 나쁘니 배운 내용은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기록으로 남겼었는데, 많은 분들이 그걸 보고 좋다고 해주시니 또 열심히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DR : 아…권남님은 칭찬에 약한편 ㅎㅎㅎ)

희송 : Hoxy … 저만 비전공자 인가요? 전공은 컴퓨터공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취미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때문에 C언어 과목을 수강신청해 듣기도 했습니다. 매주 마다 내주는 과제와 시험으로 고생했네요.ㅠ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평생 직장생활을 해야하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고 프로그래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어요.



기술이사 신희송님



DR : 오 ㅎㅎㅎ 한번도 여쭤보지 않았던 질문인데 배경과 계기가 너무 재밌는데요, 그렇게 개발자가 되셔서 각자 다른 시기에 우아한형제들에 입사 하셨는데, 우아한형제들에서 꼭 이뤄내고싶다 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정기 : 사실 아직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우아한형제들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Site Reliability Engineering 업무를 하면서 꼭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어떠한 이유가 되었던지, 설사 누군가 의도적으로 서비스에 장애를 내려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안정성이 유지 될 수 있는 탄탄한 아키텍처를 갖춘 굳건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한 아키텍처 위에서 고객에 가치를 주는 비지니스 픽처들이 더 빠르게 만들어질수 있는 상상도 하고 있습니다.

희송 : 아마 다들 이 질문은 현재 맡고있는 업무에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커머스플랫폼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싶어요. 새로운 이커머스 사업을 할 때 비지니스만 올리면 되는 그런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새로운 사업마다 재구축을 하면 시간과 리소스가 많이 필요하고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민태 : 맞아요 저도 그래요. 현재는 “디자인 시스템” 구축이 꼭 이뤄내고 싶은 일입니다. 2018년 말에 생긴 목표인데요,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하고 조금씩 기회 될 때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구체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 진행되기를…

기배 : 입사 후 시스템들을 들여다 본 후에 세웠던 목표들이 있었는데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이 달성되었습니다. (달성되었다는 기준은 주관적) 요즘은 다음 레벨의 비즈니스 scalability를 제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 지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권남 : 1등은 이미 됐으니, 1년 365일 무장애? (전원 오~~ 눈치)



기술이사 손권남님



DR : 365 무장애라는 목표에 고통받으실 많은 분들이….ㅋㅋㅋㅋㅋ
기술이사가 되셨는데 기술이사는요? 새로운 역할에 어떤 기대가 있으신가요?
권남 : 제가 “기술적으로” 다른분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기술이사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뭔가 시스템이 지지부진하고 문제가 있을 때 참고 넘어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개선책을 찾아보려는 아주 강력한 욕구가 있습니다. 함께 개선해 나가는데 길잡이 같은 역할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기 : 저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술이사분들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회사의 성장에 맞는 아키텍처 및 기술적 의사결정에 많은 역할을 해야할텐데, 이때 기술이사로서 많은 도메인팀과 더 소통하고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민태 : 제가 생각하는 기술이사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개발을 하며 기술에 대한 나눔이나 직업인으로서의 지식 나눔을 후배들에게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DR : (눈을 반짝이며) 어떤 실천을 하시고 싶으신가요 ㅎㅎㅎ 테크러닝 2기 가나요….?



기술이사 김민태님



민태 : 실천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회사나 구성원의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모양은 변할 것 같지만 본질은 늘 개발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나누어주는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어떤 식의 나눔을 받으면 좋을지 많은 의견을 듣고싶네요 ㅎㅎ

기배 : 보통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입사 인터뷰 때 본인이 일하게 될 팀이 어떤 팀인지 궁금해 합니다. 좋은 팀에서 좋은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고 얘기하곤 하는데요. 좋은 사람을 맞으려면 우형의 개발 조직들이 더 좋은 팀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좋은 팀이 된다는 것에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부분에 더 기여하고 싶어요. 최근 1년 정도는 프론트엔드 워크샵, 컴퓨터 시스템 교육에 시간을 써왔는데요. 이 외에도 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셔요. (저희를 찾아주세요~~)

희송 : 첫째는 모든 구성원분들이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돕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며 방법을 같이 찾아나가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저도 최근에 관심이 생긴 부분인데 좋은 팀웍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R : 깔끔하고 완벽한 마무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하나만 여쭤볼게요.
우아한형제들 하면 떠오르는 송파구에서 일잘하는 11가지 방법이 있잖아요 ~ 특별히 좋아하는 항목이 있으세요?

권남 : 모두다 의미있는 것들이라서 한 가지만 콕 찝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거죠? ㅋㅋㅋㅋ)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 인데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 해주겠지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먼저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혹은 그런게 필요하지 않냐가 직군과 직급을 넘어 먼저 얘기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서요.

민태 : 저는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 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늘 생각하는 것은 정의로운 세상과 정의로움의 가치에 대해 잘 알려주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정의롭다는게 지키기 너무 힘들고 정의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지만요. 다만 내 가족이 부끄럽게 생각할 만한 일을 하지 않으면 소시민으로서 지킬 수 있는 정의는 지키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구라서 좋아합니다. 회사가 제 개인적인 가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



기술이사 신기배님



기배 :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창출’과 ‘고객만족’이다. 한국, 미국, 인도네시아에서 10년간 사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소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재벌그룹 등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게임, 광고, 검색, 개인화, 교육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과정은 고되고 결과가 예상 밖인 경우가 더 많았지만, 그런데도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산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을때의 성취감만큼 큰 모티베이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정기 : 오 저도 같은 항목 !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 창출’과 ‘고객 만족’이다. 예요 ㅎㅎㅎ 다른 항목이 덜 중요하다기보다는 해당 항목이 우리가 일을 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을 해서 제일 좋아해요. 저 뿐만 아니라 같이 업무를 하는 동료분들에게 이런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표현같지만 저는 “조직장은 고객이 아니다” 라는 표현을 간혹 사용합니다.

희송 : 이 질문에서 저희 셋이 통했네요 ㅋㅋ 혁신의 주체는 기술이 아닌 “고객”이라고 생각해요. 고객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 어떤 기회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인데요, 고객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되면 이를 버터낼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할 기술적인 도전도 생기고, 고객 행동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을 잘하는 방법중 좋아하는 항목입니다.

DR : 오늘 이렇게 인터뷰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내주셔서 감사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고보니 이제 기술블로그에도 박제 되었네요 ^^) 지식 나눔을 후배들에게 실천하는 것을 위해 Dev-Rel에서 열심히 찾아뵙고 괴롭히겠습니다 ㅋㅋㅋㅋ 기대해주세용 ~~



기술이사 5인과 지나가는 길에 붙잡힌ㅋㅋㅋ CTO 송재하님 그리고 우아한테크코스 박재성이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