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육코스개발팀 이원미입니다. 따뜻했던 날씨가 훌쩍 추워진 만큼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 1기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크루들에게 주어진 세 번째 글쓰기 주제는 ‘내가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입니다. 우테코를 지원할 때의 마음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했는지, 최종적으로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은 무엇인지 꾸밈없이 진솔하게 작성해 주었는데요.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코니(최희주)의 글

내가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

이번 글쓰기 주제, “내가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을 상상하려면 지금 내가 어쩌다 여기에 와 있는지, 어떤 계기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프로그래밍 비슷한 것을 접한 시기는 중학생 때였다. 1학년 때 처음으로 내 전용 데스크탑이 생겼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수업을 통해 컴퓨터를 꾸준히 배우긴 했지만, 내 방에 있는 내 전용 컴퓨터라니! 당시에 내가 컴퓨터로 할 줄 아는 거라곤 방과후 수업에서 배운 한글 프로그램으로 달력 만들기, 파워포인트에 클립아트 넣기, 포토샵으로 티셔츠 만들기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컴퓨터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점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컴퓨터에 처음 깔려 있던 운영체제가 아직도 기억난다. 바로 비운의(?) Windows Vista였다. 물론 그때는 운영체제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컴퓨터로 이 세상을 탐험하는 데는 운영체제 따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온갖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이런저런 멋진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만져봤다. 포토샵으로 손글씨와 축전을 만들기도 했고, 네이버 블로그 스킨을 만들어 아이템팩토리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이 내 스킨을 사용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블로그에 시답잖은 글도 올리고, 지식인에 정성을 들인 답변을 올리고, 미투데이나 마이스페이스 등 지금은 없어진 SNS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 티스토리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접하게 되었고, 네이버 블로그와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블로그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니 html이라는 것을 이용하면 스킨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예쁜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는 내 욕구였던 것이다.

당시 인터넷에 있는 정보로는 한계를 느꼈던 나는 html을 다룬 책을 찾기에 이르고, 그때 비로소 내 인생 첫 기술 서적을 주문한다. 바로 『Head First HTML with CSS & XHTML』이었다. 지금도 책이 집에 있어서 훑어보니 초판은 2006년에 발행되었고, 나는 대략 2009년쯤에 샀을 것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따라 하며 기초를 배웠고, 그렇게 쌓인 기초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삽질을 반복해 나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만들 수 있었다. 하루하루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재미있게 공부했다. 정말 푹 빠져 있던 시기에는, 학교에 있으면 빨리 컴퓨터를 하고 싶어서 집에 갈 시간만 기다리기도 했다. 공책에 레이아웃을 그리고 html 코드를 어떻게 작성할지 생각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하니 정말 미쳐 있던 시기였다!)

결국 이 경험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것 같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점, 그리고 아낌없이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서 컴퓨터를 할 시간은 점점 줄었지만, 그래도 나는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나중에 내가 컴퓨터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어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 손으로 멋진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잊지 않는 프로그래머,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는 프로그래머,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할 줄 아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하루하루 내가 뭘 만들어낼지 설레던 그 중학생 시절의 자세를 가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지금 이런 꿈을 꾸지 않으면 언제 꾸겠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흠….) 초년생일 때라도 이렇게 맹목적인 열정을 가져봐야 나중에 인생에 후회가 덜하지 않을까.

그리고 하나 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이 세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현실적으로 1인 개발자가 아닌 이상 내가 프로젝트에 의견을 낼 수 있는 범위는 아주 제한적이겠지만,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고 싶다. 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남긴 배달앱 후기였다. 그분은 난청인이라 전화로 배달 주문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셨는데, 배달앱 덕분에 편하게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배달앱이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등장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술이 이렇게 어떤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이런 영향력을 고려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될 것이다.




에헴(박효진)의 글

내가 꿈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에 들어오고 나에게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레벨 1 때 썼던 글을 읽어 보았다. 그 중에는 ‘내가 개발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어딘가 미래의 나에게 묻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이거다!’라는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되짚어 보았다.

프로그래머가 좋았던 이유

개발직이 다른 직군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공유하는 문화’ 때문이었다. 우테코에서 인상 깊었던 문화는 자신의 것을 감추지 않고 의견을 함께 나눌 사람들을 모은다는 것이었다. (캡틴과 코치들이 그런 분위기를 잘 조성해 준 공이 크다!) 이 작은 집단에서 경험한 것처럼 IT 필드의 활발하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솔직하게 내놓고, 고민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행복한 환경

또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6개월 간 나는 이 곳에서 어떤 존재였을까?

데일리 미팅에서 서로의 장점을 적어주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결과는 대체로 ‘주변 분위기를 좋게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페어 피드백에서도 그러한 리뷰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되짚어보면 나는 이곳에 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경직된 분위기보다 서로에게 농담을 던질 수 있는 분위기에 있는 내가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테코 미션 중 레벨 2의 미니 프로젝트가 가장 즐거웠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능력치를 가진 팀원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었으며 정말 행운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서로를 대하는 태도였다. 우리는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과 합을 맞추며 결론을 만들어 나갔다. 어느 누가 더 잘하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의견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모든 팀원이 생각을 드러낼 수 있었다.

좋은 팀 문화를 유도하는 프로그래머

유연한 분위기가 긍정적인 팀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좋은 문화를 가진 팀에서 만족도가 높은 산출물을 생산해낸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최근 들어, 크루들과 우테코 수료 후에 가고 싶은 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직은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꾸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을 애써 꾸며내지 않아도 충분한 환경이라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팀 문화를 밝게 만드는 프로그래머이자 동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도 자율적인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우테코에서 나는 개발적이고 창의적인 고민에 충분히 투자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남은 기간동안은 그런 마음을 극복하는 시간으로 투자하고 싶다. 몰입하는 자세를 습관으로 만들어 가벼운 농담 외에도 일과 관련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말이 잘 통하는 프로그래머로 발전했으면 한다.




러너덕(김덕수)의 글

나도 쓸모 있을 걸?

  나는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들어 좋아하게 된 시집이 하나 생겼다. 이오덕 작가가 엮은 『나도 쓸모 있을 걸』 이라는 동시집이다. 이 시집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오덕 작가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이 쓴 시를 모은 책이다. 어른들이 쓴 시를 모방해서 쓰던 동시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 그때 얻은 감동이나 깊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어린아이들의 말로 솔직하게 풀어 쓴 시다. 이오덕 작가는 이렇게 꾸밈없이 쓴 시가 참된 시라고 이야기한다. 쉽고 솔직하게 써야 읽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울리게 되기 때문이다.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 중 좋아하는 시 몇 편을 아래에 소개해 본다. 한번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란다.


<한숨>
내가 한숨을 쉬니 엄마가
아가 무슨 한숨을 자꾸 쉬노 하신다.
왜 아이들은 한숨을 못 쉴까?
한숨을 쉴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우리들도 한숨을 쉴 수 있었으면......

<신발>
신은 장사다.
신은 사람을 든다.

<우리 방>
우리 방은 1개지만
5개로 쓰고 있다.
아빠 방도 되고
엄마 방도 되고
오빠 방도 되고
언니 방도 되고
내 방도 되고
진짜 방은 5개다.

  아이들의 시는 정말 놀랍다. 아이들은 종종 어른들의 통념에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첫 번째 아이는 왜 어린아이가 한숨을 쉬면 안되는지 궁금해한다. 잔소리를 듣고도 '한숨 쉬는 건 어린아이가 할 행동이 아니구나' 하고 그냥 납득해버리지 않고 이유를 되묻는다. 두 번째 시는 정말로 반짝이는 재치가 엿보인다. 늘 우리가 신어오던 신발을 보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는지 참 놀랍다. 단지 두 문장만 읽었을 뿐인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 심지어 세 번째 시를 지은 학생은 어린 나이에 벌써 재사용성의 이치를 깨달았다. 다섯 식구가 하나밖에 안 되는 방을 나눠 쓰는 상황인데도 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개로 다섯 식구의 생활을 모두 지원해줄 수 있으니 방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기가 깨달은 것들을 쉬운 말로 이야기한다. 신발이 자기보다 훨씬 무거운 사람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방 하나가 실제로는 다섯 개로 쓰이고 있다는 깊은 통찰을, 화려한 말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 전혀 모자라지 않다. 풀어 이야기해주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쉽게 마음 가까이 다가온다.

  이렇듯 쉽고 솔직한 말은 복잡한 말보다 의미와 가치를 훨씬 잘 전달해줄 때가 많다. 코드를 작성하는 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쉽게 쓴 시가 참된 시인 것처럼, 코드도 읽기 쉬운 코드가 좋은 코드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좋은 코드를 보면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읽힌다. 한 편의 잘 쓴 글을 읽는 것 같다. 어려운 기술을 쓰거나 복잡한 구조로 만들지 않고도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 풀었는지 담백하게 적어 놓는다. 좋은 코드는 어린아이들의 시처럼 쉽게 가치를 전달한다.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타인에게 전달해야 할 일이 많은 직업이다. 좋은 개발자는 자기가 작성한 코드를 비롯해서 생각하는 것들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줄 안다. 우아한 테크코스에서는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 이렇게 배운 내용을 발판삼아 초보 개발자가 실력 있는 개발자로 올라서기 위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지식들을 글로 쉽게 풀어 쓰는 일을 해보고 싶다. 짧은 블로그 글도 좋고, 어딘가 기술잡지에 투고할 글도 좋다. 누군가 읽었을 때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 글을 쓰고 싶다. 그렇게 꾸준히 배우고 다듬어서 쓸 만한 것들이 많이 쌓이면 언젠가는 나만의 책을 써보고 싶다. 대단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글이면 좋겠다. 나는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서 건네 줄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나름 꽤 쓸모 있는 개발자가 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