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테크루즈 : 우아한개발자가 되기위한 크루들이 탄 우주선
* Cruise의 사전적 의미는 '순항하다, 정속으로 나아가다' 로, 우테크루즈는 '각자의 속도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자'는 의미로 크루가 직접 지은 이름


안녕하세요. 교육코스개발팀 이원미입니다.

작년 12월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 1기 크루들을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보내고 (잘 지내고 있지?), 우테코는 또 다른 개발 꿈나무들을 맞이했습니다. (!!)
눈이 내리던 지난겨울, 새로운 51명의 크루들을 처음 만났을 때 두근거렸던 감정이 다시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 )


우테코는 웹 백엔드 교육뿐만 아니라, 글쓰기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레벨 1 글쓰기의 주제는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입니다.

막 발걸음을 뗀 2기 크루들이 2월부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4월까지 쉼 없이 레벨 1 과정을 달려왔는데요! 그 열정이 벌써부터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우테코를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 아래 몇 편의 글 속에서 크루들의 마음을 느껴봐주세요.

처음 써 내려간 글이 어색할 수도,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열심히 써 준 2기 크루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함께 전합니다 : )




카프카(이건희)의 글

긴 만남을 위한 짧은 편지

당신은 잘 지내시나요? 코로나 때문에 시작된 재택 교육이 계속 길어지네요. 겨우 2주 못 본 건데, 벌써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한 달만을 같이 지냈는데도, 그보다 더 오래 보면서 지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당신도 그런가요?

저는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드문드문 예전에 짰던 코드들을 보고, 보통은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써요.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지낼까, 생각하면 저만 너무 편하게 지내는 것 같아 걱정이 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여유를 가지려고 계속 다짐하고 있어요. 이렇게 마음 편한 삶이 처음이라, 따스한 일상을 더 누리고 싶거든요.

얼마 전 까지도 말예요, 여유 없는 삶을 살았어요.

작년만 하더라도 보통 바쁜 게 아니었어요. 대학생으로 살면서 시간을 쪼개 가게 직원으로도, 초보 강사로도 살았어요. 틈틈히 시간을 내어 스터디며 모임이며 돌아다녔고, 한 푼 남는 여유는 나중을 위해서라며 두터운 전공책 사이에 담아뒀죠.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했을까요. 다르게 묻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남들 다 하니까, 그러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우아한 테크코스에 지원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다들 대외활동을 준비한다고 하니까 나도 해야 될 것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뭔가 전공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고요. 학교 시험을 준비하면서 프리코스 과제를 겨우 냈고, 학기가 끝난 뒤에 일을 하다가 합격 소식을 들었어요. 기쁜 소식도 일에 미뤄두는 건 슬펐지만,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짧은 기쁨이 좋았죠.

어쩌면 안도하지는 않았을지 몰라요. 표현이 이상한가요? 주변에는 학교도 쉬고 즐겁게 공부하다 오겠다고 해뒀는데, 스스로는 그 말을 믿지 못했거든요. 이제 온전히 프로그래밍 학습에 집중한다고 생각하니, 할 게 또 얼마나 많아 보이는지 눈앞이 막막했어요. 미리 CSS 기초 강의를 들어볼까? 자바를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자바스크립트라도 공부하면 가서 도움이 될까? 갈팡질팡 고민만 이어져서, 아무 것도 안하면서 답답함이 마음에 가득 쌓였어요.

이런 고민과 답답함에서 나오고 싶었어요. 미궁을 날아나듯 매듭을 끊어내듯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기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나요? 아마도 당신은, 왜 닉네임을 카프카로 지었는지 저에게 물어봤을 거예요. 그때 제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그냥 작가 이름이라고, 좋아하니까 그래서 가져다 지었다고 했겠죠?

프란츠 카프카는 소설을 쓰다가 일찍 죽었대요. 그리고 그가 죽은 뒤, 그제야 사람들은 카프카의 소설을 읽었다고 해요.

카프카의 소설을 해석한 글들을 읽어본 적이 있어요.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카뮈라는 작가가 주장한 인간의 실존과 소외에 대한 이야기라는 해석도 재미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종교적인 비유를 찾아 해석하기도 하고, 유대인이었던 카프카가 자기 정체성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고도 주장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카프카는 그저 미완의 작가일 뿐이에요.

카프카의 소설 속 상황들은 비논리적이고, 인물들은 두서없이 행동해요. 게다가 우리가 읽는 카프카의 장편 소설들은, 카프카가 죽은 후 친구 막스 브로트가 찾아서 발표한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결말이 없거나 어설픈 작품들이 많아요. 어쩌면 카프카는, 그저 6권의 조그만 단편집을 남기고 병사病死한 젊은 작가일지도 모르는 거죠.

그렇다고 제가 카프카를 무시하거나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카프카의 작품은 부족해서 저에게 더 와 닿으니까요. 작품들의 그 닫히지 않음, 열려있는 미완성으로 인해서 말이에요. 카프카의 작품을 읽다 보면, 때때로 저는 작품의 빈 칸에, 미완의 결말에 저를 비춰 넣어요.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서 듣고, 품고 있던 고민을 작품을 통해서 읽어요. 그래서 카프카에 대한 해석이 많은가봐요. 모두가 자기 관심에 대해 말할 뿐이고, 카프카는 그걸 되돌려 줄 뿐인 거죠.

모두가 각자의 카프카론論을 내놓기 때문에, 카프카는 영원히 젊은 작가로 살아있는 거예요.


제가 왜 카프카라는 닉네임을 썼는지, 그때는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저는, 닉네임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정해두고 싶었어요. 스스로 미완의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그 비어있는 혹은 열려있는 부분을 채우면서 계속 나아가고 싶었거든요.

여유 없는 삶을 살았던 건,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서라고 생각해요. 학점 좋은 대학생, 뛰어난 프로그래머, 남는 시간도 쪼개서 공부하는 성실한 사람……. 하지만 이렇게 목표를 잔뜩 쌓아둘수록, 나라는 사람은 한없이 부족해졌어요. 늘 위축되고, 그래서 더 초조하지만 아무것도 쉽사리 바뀌지 않았죠. 그저 강박일 뿐 꿈이나 목표라는 말도 과했을지 몰라요.

우아한 테크코스에 와서, 저는 무엇이 되기 위해가 아니라 단지 재미있고 신기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무엇이 되기보다, 무엇을 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당신을 포함해서요. 당신이 새로 짠 코드를 저에게 자랑한 게 기억나요. 당신이 코드리뷰를 받고 저에게 고칠 부분을 물었던 게 기억나요. 좋은 방법을 추천받고 당신이 뛰듯 기뻐했던 게 기억나요. 나 역시 당신에게 그랬을까요.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보였을까요.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도 그랬으리라고 믿고 싶어요.

테크코스에서의 한 달은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분명히 공부할 내용도 많고 늘 바빴는데, 마음은 잔잔한 바다처럼 고요했어요. 지는 노을로 수평선水平線에 붉은 빛 스며들 듯, 하루가 끝나고 집에 갈 적엔 마음에 노곤한 행복이 스몄어요. 이제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잊었으니까, 그보다 무엇을 하고 싶고 그래서 한다고만 생각하니까.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강박을 줄여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바뀌었기에, 지금 잠시간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이제 며칠 뒤면 교육장에서 다시 보겠네요. 당신도 여유를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까요? 당신이 저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무엇을 했는지, 그러니까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읽었는지를 저는 알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즐거웠는지 다시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며칠 전엔 이런 글을 읽었어요.

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수필을 못 쓰는 것은 슬픈 일이다.

때로는 억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다가도 그런 여유를 갖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기도 하여

나의 마지막 10분의 1까지도 숫제 초조와 번잡에 다 주어 버리는 것이다.

편지를 쓰려면 길게 고민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금방 두 장을 넘겨 놀랐어요.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일까요?

쉽게 글을 쓴 것은, 초조하고 번잡한 삶을 지나왔지만 이제야 슬프지 않아서겠지요.

주린 듯 씹어 넘겨온 삶도 일생의 한 장이라, 지울 수 없기에 때로 돌아보며 우울하곤 해요.

하지만 아직 완전치는 않아도, 열려 있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그에서 연유하여 무엇이든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떤 글은, 이제 기쁘기보다 느긋하게 쉽게 쓸 수 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짧은 글을 마칠게요. 우리는 길게 만나야 하니까요.

건강히 잘 지내세요. 카프카.


글을 마치며 : 참조 그리고 리뷰어에게 드리는 변명
- 제목은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를 모티브로 하였다.
- 첫 섹션의 "미궁을 날아나듯 매듭을 끊어내듯"은 다이달로스와 고르디우스의 이야기를 참조한 인용이다. 오독할 수는 있겠으나 마음이 가 고집하였다.
- 기본적인 포맷은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김애란의 <서른>에서 빌려왔다. 편지는 다정한 말들, 어쩌면 글과 말 사이에서 머무는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믿었다. 참고한 두 책은 모두 친한 언니에게 편지를 보내는 여성 화자를 가정하였는데,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상상하여 글을 썼다. 한 호흡에 써내리면 자연스럽겠지 했으나 아무리 고쳐도 부족함이 많다.
- 카프카에 대한 내용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의 <카프카 : 변신의 고통>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비평과 관련된 내용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변신,시골의사> 를 참조하였다.
- 중간의 인용문은 피천득의 <인연> 에 수록된 <수필>이라는 작품의 인용이다.
- 오독될 수 있는 단어에는 한자를 병기하였다. 유일하게 한자만으로 단어를 쓴 부분이 있는데,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에 대한 오마주이다. 사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인생이라는 말은 쉽게 쓸 수 없는 한문같은 외국어같은 말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토니(박승완)의 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 시작하며

우테코 2기의 시작을 축하하며 김범준님께서 하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입니다.
그 이유로는 제가 생각하는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의 핵심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죠.
처한 상황과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강력합니다.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합니다.
우리의 공간에서는 수천 줄의 코드가 짜이고 수천 마디의 말들이 오가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더 잘 아는 부분이 있다면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렵고 힘든 미션들이 주어지지만 즐겁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만나고 깨진다, 그렇지만 결국엔 다시 만난다 - 페어 프로그래밍

우테코를 시작하면서부터 그저 평범한 날이었던 화요일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우테코에서의 화요일은 새로운 미션을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화요일은 한 주를 여는 날입니다.
새로운 미션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페어가 맺어지고 함께 미션을 수행하죠.

미션 진행은 마냥 순탄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에러에 당황하고 생각대로 작동하지 않는 코드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제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급했던 경험은 모두가 해봤을 겁니다.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을 시간이 지나, 목요일 18시에 남는 건 힘겹게 돌아가는 코드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달려왔던 페어는 깨집니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죠!
함께 머리를 싸매고 의견을 교환하며 코드를 작성한 시간은 어디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언제든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매주, 매번 좋은 인연이 쌓여갑니다.

불행과 행복 - 우테코를 통한 변화

불행한 하루입니다.
왜 온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며 어깨며 목이 아프도록 코딩을 하고 있는 걸까요?
행복한 하루입니다.
이렇게 코딩에 몰입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 도전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미션이 있기에 말이죠.

불행한 시간입니다.
왜 프로젝트에서 고작 한번 사용될 상수명을 정하기 위해 몇 분 동안이나 끙끙대는 걸까요?
행복한 시간입니다.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코드에 들인 노력과 시간만큼 읽는 사람이 편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에 말이죠.

불행한 처지입니다.
왜 객체의 책임과 분리라는, 불과 일 년 전에는 생각도 안 해본 개념에 대해 고민하고 논쟁을 벌이는걸까요?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제는 배웠기에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이기에, 그리고 이를 함께 논의할 크루가 있기에 말이죠.

불행한 몸뚱아리입니다.
왜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운동도 못하고 프로그래밍에 하루를 쏟는 걸까요?
아니에요. 언제든 행복해질 거에요.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처음 운동을 할 때는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했었으니까요.
프로그래밍도 지금은 꾸준히 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키우는 중이랍니다.

작은 기록들에 대하여 - 마무리

가끔 과거의 제 모습을 돌아보고 싶을 때에는 쓰던 일기를 꺼내보곤 합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사당동에서 대학 동기들과 한잔했었네요.
더 거슬러 올라가 재작년에는 흑석동에서 한잔했었구요. 좀 많이 마셨네요 이 날은.
3년 전인 2018년에는 두 달도 안 남은 전역을 기대하며 호주 워홀을 떠날 준비에 들떠있었네요.
마지막으로 4년 전에는 부대에서 신병이라는 이름하에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었네요.

오늘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담기지 않을까요.
몸이 조금 안 좋지만 열심히 하루를 보낸 이야기.
매 끼니마다 건강하게 먹으려 샐러드를 챙겨 먹은 이야기.
그리고 열정적으로 보내고 있는 우테코 생활에 대한 이야기.




무늬(문진주)의 글

나는 객체다

우아한테크코스를 시작하고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레벨1 과정의 대부분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학습하는 것이다. 덕분에 더 이상 내겐 객체, 책임, 리팩토링이라는 단어들이 낯설지 않다. 이와 더불어 나에게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바로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이 객체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의존성 제거

과거 나의 행복은 너무 많은 것들에 결합되어 있었다. 금전적 여유, 만족스러운 사회적 평판, 항상 높게 유지되는 생산성, 꾸준한 자기관리 등. 수없이 많은 목표들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행복은 끝없는 미래로 미룬 채, 목표들을 완벽히 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채찍질했다.

우아한테크코스에 참여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가 세웠던 목표들은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당장 미션만 하기도 바쁜데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심지어 방청소도 일주일 넘게 못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되려 요즘 아주 살 만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고민하고, 결정하고, 그것만 죽어라 팠다. 그 과정에서 진짜 좋은 건지도 모른 채 일단 줄줄이 매달아 놓았던 의존성들이 모두 제거되고, 나에게 가치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면서 응집도는 높아졌다.

예전에는 투두리스트로 가득했던 나의 인생이 거대한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언제쯤 이 많은 숙제들을 다하고 웃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된 나의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작은 퀘스트들을 풀어나가는 느낌이다. 퀘스트를 마치고 주어진 보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달콤했다.

책임과 분리

OOP에 따르면 객체는 어떤 책임을 질 것 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객체의 책임이 아니면 분리해야 한다. 나는 위에서 말했던 일련의 목표들을 이루어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에게 과분하거나 타인에게 강요받은 책임도 많다. 현재 이것저것 덜어내고 남은 나의 진짜 책임은 우아한테크코스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인 ‘미움 받을 용기’에서도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 하라고 한다. 그리고 과제의 주인은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아한테크코스를 무사히 마친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명백히 나다. 주어진 책임을 잘 수행하는 객체가 되어야지.

자율적인 객체

객체의 불필요한 의존성이 제거되고 꼭 필요한 책임만 남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객체는 자율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나도 아주 자유로워졌다. 쓸데없는 목표들을 덜어내고 나니, 나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막상 무수히 많은 투두리스트를 삭제해도,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잠시라도 쉬어 가면 영원히 뒤쳐질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투두리스트가 1개일 때와 10개일 때, 30개일 때의 내 일상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실체가 없는 경쟁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그렇게도 부단히 노력한 건 아닐까. 허구의 경쟁에 소비하던 시간들이 이제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되었다.

우아한테크코스를 한 뒤 나에게 생긴 변화들을 글로 풀어내다 보니, 새삼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 감사하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서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의 행복이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 따뜻한 일상과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엄청난 양의 미션을 매주 선사해 주는 우아한테크코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군더더기 없이 작은, 그리고 행복한 객체로 살아가야지.




호돌(안운장)의 글

공부하는 법을 배웠다

프로그래밍을 독학할 때 애용했던 방법이 있다. 구글에 “Learn XXX in 1 hour”, “Clone coding using OOO” 이런 것들을 검색해서 무작정 따라치는 것이다. 그렇게 프론트엔드 공부를 할 때 React, Vue 등 다양한 기술들을 따라치며 공부했다. 그래서 우테코가 시작되기 전에도 Spring 강의를 찾아 같은 방식으로 공부했다. 정말 너무너무 어려웠다. 제어의 역전, 의존성 주입과 같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더라.

잘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우아한테크코스에 지원했다. 웹 프론트엔드를 2년 동안 나름 열심히 독학했고, 제대로 된 서버 교육을 1년 받으면 훌륭한 풀스택 개발자가 될 거라 생각했다. 스타트업에서 혼자 모든 개발을 도맡아 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교육과정에 입과했다. 돌이켜보면 되게 급한 마음이었다.

빠르게 Spring 기반 웹 개발을 배우고, 현업에서 사용되는 실무적인 기술들과 노하우를 배울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Java와 객체지향 공부만 한 달을 시키더라. 도대체 왜 콘솔에서만 돌아가는, 아무도 쓰지 않을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코드 리뷰가 붙고 다들 이렇게 철학에 집착하나 싶었다. 조그마한 콘솔에서 랜덤하게 생성된 숫자에 따라 자동차로 명명된 글자가 앞으로 잘 가는지 따위를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 코드를 몇 시간 내내 짰다. 사지도 않을 로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 설계를 하고 이런저런 디자인 패턴을 논했다. 콘솔 프로그램을 한 달 동안 만드는 게 웹 개발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냥 했다.

최근에 운 좋게도 시간이 남아서 교육 이전에 들었던 Spring 강의를 다시 들어봤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이제 조금씩 귀에 들어오더라. 여기서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기술을 배움에 있어 그 밑바탕이 되는 지식의 유무는 학습 속도를 결정짓는다.

객체지향을 잘 모르더라도 Spring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책을 읽고 코드 리뷰를 받으며 천천히, 조금씩 쌓아놨던 지식들이 다음 과정 학습에 있어 훌륭한 밑거름이 된 것을 체감했다. 실용적인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이루는 근원이나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크게 느낀 한 달이었다.

옆자리 고객부터 챙기자

개발을 하던, 경영을 하던, 디자인을 하던 늘 사용자/고객 경험을 최우선시 하는 인생을 살자고 매일 다짐한다. 결국 플랫폼 개발은 실력을 떠나 고객에게 매력적이어야만 그 의미가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전적인 생각에서 인생 방향을 찾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나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부터 챙기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페어 프로그래밍은 한 컴퓨터에 두 명이 앉아 각각 5~10분 가량의 시간을 정해두고 번갈아가며 코딩을 하는 개발 방법이다. 개발 성과 관련된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처음에 의심을 많이 했지만 우선 이 곳의 규칙이니 납득하고 따랐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팀플 과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다. 누군가와 페어를 하던 친해지고 기술적으로 더 성장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째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며 느낀 제일 큰 점은, 정말 가까이서 일주일 간 붙어 앉아서 일을 하면 부딪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모든 것이 다르다. 과제에 임하는 마음이나 각오, 생활 패턴, 프로그래밍 방법, 자신의 의견을 내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일주일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페어 프로그래밍을 할 때마다 각자의 세계가 부딪힌다. 과제가 끝날 때마다 서로 피드백을 주는 “회고” 시간이 있는데, 매번 새롭게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만큼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되었냐고? 내가 거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어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 때리는 시간이 있기도 했고, 내가 생각한 방향이 무조건 옳다 여겨 상대에게 의도치 않게 의견을 강요하기도 했다. 나의 생활패턴이나 속도에 맞춰 페어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적도 있다.

오히려 좋다. 이렇게 진솔하게 서로 장단점을 말해준다는 것은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어렵기 마련이다. 교육과정에서 제일 가까이 앉은 옆자리 고객에게서 받는 피드백으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다. 기술적인 성장 뿐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도 매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우선 내 옆자리 고객부터 챙기자.

미운 오리 새끼들의 날갯짓

이 곳에 모인 미운 오리 새끼들은 모두 백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날갯짓을 연습한다. 처음에는 경쟁심에 불타 남들보다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그래서 첫 일주일동안은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암묵적인 경쟁관계에 있으니까! 그런데 포비가 이런 말을 했다.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라.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한 달 생활 끝에 내린 결론은 포비가 맞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설계를 잘하고, 누군가는 다른 회사에서의 경력이 있고, 누군가는 심지어 글쓰기를 잘 할 수도 있다. 내가 100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각각의 능력들을 수치화하더라도, 남들보다 몇 가지 능력이 더 낫다는 것으로 내 우월함이 증명될 수 있을까? 거꾸로, 내가 남들보다 몇 가지 능력이 덜하면 난 하찮은 사람인가?

아무래도 기술을 배우는 시간만큼 다른 사람들을 대하게 설계되어 있는 교육의 특성상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이 가끔 나온다. 그럴 때마다 요즘은 다시 한 번 더 생각한다. 그게 다 무슨 의미냐고.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는 것이다(라고 다짐하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한다). 우테코에서 포비도 코치들도 이런 점을 강조하고,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첫 주에 경쟁자로만 보였던 크루들은 이제 매일 아침에 볼 때마다 너무 반갑다. 같이 공부하고, 밥을 먹고, 술을 먹으며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즐겁다. 분명 기술을 배우러 왔는데, 덤으로 사람에 대해서도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게, 어쩌면 이번 10개월은 내 인생에 있어 큰 분기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취준생 입장에서 많은 고민 끝에 지원했지만, 요즘 들어 우테코에 들어오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많은 것이 성장했다.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교육 과정과, 함께 걸어가는 크루들이 있어 8개월 뒤의 내 멋진 모습이 기대된다. 오늘도,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