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
안녕하세요. 테크코스교육개발팀 이원미입니다.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도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 ) 새로운 기수를 맞이할 때면 언제나 설레는 것 같아요.
아참, 3기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는데요! (언제나 변화가 일상인 우테코지만..)
지난 기수는 웹 백엔드 과정만을 운영했다면, 이번 3기에는 웹 프론트엔드 과정이 신설되어 우테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답니다. (New 바람 ~)
그리고 프론트엔드 크루들과 더불어 새로운 프론트엔드 캡틴과 코치들도 합류했습니다. 로이드, 포코, 공원 모두 환영합니다 ❤️
새로운 과정뿐만 아니라, 기존의 과정들도 차근차근 업그레이드하면서 우테코는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어요. 프로그래밍 미션과 글쓰기 미션 모두 열심히 따라와 주고있는 크루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레벨 1 글쓰기 주제는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입니다.
백엔드 크루들의 글, 프론트엔드 크루들의 글이 적절히 섞여있으니 읽는 재미가 있으실 거예요.
우리 크루들은 우테코에서의 첫 생활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우테크루즈, 다시 한번 힘차게 출항합니다. : )
신세한탄(신세희)의 글
자기 의심과 극복, 그 사이에서
한 번도 치열하게 살아본 적 없었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고3 때도, 남들이 스펙이다 대외활동이다 바쁘게 사는 대학 때도 그랬다. 치열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가 무서웠고, 그래서 회피했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분위기에는 언제나 입을 꾹 닫았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채용 시험, 몇 차례의 면접까지 거쳐서 입사하는 기업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도전할 용기도 열정도 없었다. 겨우 한 장의 자기소개서와 한 번의 면접만으로 작은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1년 넘게 일했지만 한 번도 살아있다고 느낀 적 없었다. 눈 씻고 찾아봐도 멋진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야근 없는 게 어디냐며 자기 위로를 하곤 했다.
코로나가 극심해지던 시기, 회사에서 무급휴가를 통보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나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당시에는 급작스레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없었다면 스스로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뒀고,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몇 개월을 공부하다가 우아한테크코스에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했다. 코딩 테스트도, 프리코스 기간도 나에게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얼떨떨했다. 기쁨과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부담감이 컸다. 10개월 동안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시작 전 며칠은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증상을 겪기까지 했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의 한 달은 우려한 만큼 힘들었다.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매일 실감했다. 미션을 진행하는 것이 버거워 보충 학습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일주일 내내 페어 프로그래밍만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부족한 개념을 미처 채우지 못한 채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됐다.
모르는 것은 쌓여만 가는데 다른 크루들이 ‘웹 접근성 파악하기’, ‘구조도 그리기’ 등 미션 외의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조바심이 났다. 당장 추가적인 학습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조바심은 아니었다. 앞으로 점점 더 커져 갈 격차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격차를 끝내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포기하고 싶어질까 봐 그게 가장 겁났다.
‘다른 크루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자. 나의 성장에만 집중하자.’ 많이도 되뇌었지만 쉽지 않았다. 크루들이 남긴 질문에 답변을 남기거나 의견을 나누는 일은 둘째 치더라도,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 모르는 게 있어 물어보고 싶어도 창피해서 말을 삼키고 마는 나. 이렇게 초라한 나를 매일같이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아지지 않기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한 달 동안 그저 괴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한 달은 내가 살면서 가장 생기있게 살아낸 한 달이었다. 열정 넘치는 크루들과 함께 진심을 다해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무엇보다 평생 나를 지배했던 무기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게 좋았다. 우아한테크코스 이전에는 그 흔한 스터디 한 번 해본 적 없었다. 귀찮고, 시간을 내야하고, 내 부족함이 드러날 수 있는 상황들을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크루가 기초 스터디를 연다는 글을 보고 큰 고민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나를 다 내려놓지 못했다. 주저하고, 머뭇거리다가 놓쳐버린 기회도 많다. 그렇지만 아주 천천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를 내려놓고, 부족한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도 하루하루가 자기 의심과 극복의 반복이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다가도, 자려고 누워서 눈을 감으면 울컥울컥 조급함과 부담감이 올라온다. 그래도 밤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다가 크루들과 함께 집에 돌아가던 길에 느낀, 손끝까지 퍼지던 그 ‘살아있음’의 감정으로 남은 날들을 버텨보려고 한다.
하루(김하루)의 글
‘하루’ 한 달 체험기
사실 나는 최근에 실제 이름을 바꾸었다. 원래는 평범한 한자 이름이었다. 사전에 가족들의 동의를 얻긴 했지만 이름을 바꾼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이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그와 별개로 이름에 담고 싶었던 나의 뜻 또는 의지가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 세 가지로 분류한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가중치를 둔다. 나는 마음으로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적으로 항상 ‘미래’부터 챙기곤 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환기 차원에서 ‘오늘을 찾아요’, ‘지금이 우리의 전부’와 같은 노래를 찾아 듣곤 했다. 이 노래들의 가사처럼 ‘오늘 하루’를 소홀히 하지 않고자 하는 나의 바람을 이름에 담았다.
코로나 여파로 집에만 있어서 바뀐 이름으로 불릴 일이 많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옛날 이름을 쓰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우테코 시작 전에 문의해보니 본명을 닉네임으로 정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바꾼 이름인 ‘하루’를 닉네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줌으로 하는 데일리 미팅이나, 슬랙 메신저에도 항상 ‘하루’라는 사용자 이름이 따라붙고, 코치님, 크루들, 리뷰어님까지 모두 나를 당연하게 ‘하루’라고 불러주셨다. 덕분에 이제는 나의 새로운 이름에 완벽 적응했다. 닉네임을 본명으로 정한 건 잘한 결정이었다.
블로그 ‘할 맛 난다’
작년 12월 프리코스를 진행하면서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다. 느낀 점과 배운 점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만들긴 했는데, 당시에 내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할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나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로 설정해놓고 프리코스 후기를 작성했다. 순수하게 ‘저장소’ 역할만 하는 블로그였다. 그러다 올해 1월 말,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겨 블로그를 새로 단장해서 오픈했다. 그리고 나의 일상과 학습 내용을 하나하나 담아나갔다.
우테코 과정을 시작한 이후에도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블로그에 틈틈이 포스팅했다. 돌아보니 다루고 싶은 주제를 모두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인적으로 정말 구미가 당기고 더 탐구해서 글로 풀어보고 싶은 주제인데, 생각보다 자료 찾기가 쉽지 않아 포스팅을 포기한 글이 적지 않다. 또, 미션을 진행하면서 시간 관리를 잘 못해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제목만 써놓고 아예 건드리지 못한 주제도 많다.
그래도 틈틈이 계속 글을 써왔다는 점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돌아보니 그 사이 10개가 넘는 글을 남겼다. 작성한 글을 크루들에게 소개한 날에는 조회수가 폭발하기도 했다. (FE크루들 영업 당해줘서 고마워요.)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피드백을 받는 경험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최근에는 감사하게도 한 리뷰어님께서 SNS에 내 블로그를 공유해주신 덕분에, 조회수 최대치를 경신하는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우테코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 모든 새로운 경험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즐거운 마음으로 남은 9개월의 여정도 블로그에 차곡차곡 기록해보려고 한다.
우테코가 ‘판타지’인 이유
흔히 말하는 대학 과제의 팀플을 떠올려보면, 팀에 속한 ‘모두’가 열심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비현실적인 일이 우테코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테코는 현실보다 판타지에 가깝다고 표현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물으면, 나는 판타지 같은 우테코에서의 생활에 200% 만족한다고 대답한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조직 내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경험하며 자괴감을 느낀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퇴사를 결심하며 정했던 단 하나의 목표는 ‘열심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에 속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 목표가 실현 가능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우테코 과정에 합류하면서 나는 이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했다. 합리적이고 배려 넘치는 우테코 시스템을 경험할 때, 그리고 열정적인 크루들과 함께할 때, 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낀다. 내가 현재 이 조직에 속할 수 있음에, 이 동료들이 나와 함께 해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목표를 이미 이루었다. 하지만 우테코는 영원한 과정이 아니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내년에도 내가 지향하는 조직에 속할 수 있도록, 그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는 것’으로 정했다. 우테코에서 한 달 생활을 마친 지금은, 내가 다분히 노력한다면 앞으로도 이 판타지를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열심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에서 기꺼이 나를 받아줄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나를 단련 시키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피케이(박유진)의 글
기억보단 추억을 -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
“나? 요즘 안 바빠… 그냥 조금 정신이 없네.”
‘기억보단 기록을’.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유명한 블로그의 이름이기도 하고, 개발자들 사이에선 이제 불문율이잖아요. 맞아요. 워낙 공부하는 내용이 많은 우리이기에,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개발과는 별개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습관을 형성하려고 매일 서로 인증하기도 하죠. 블로그나 노트를 작성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도 해요. 그 와중에 다른 크루와 소통하는 건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사람들로 꽉 찬 2호선을 타고 퇴근하는 중이네요. 그렇게 며칠 지내다 보니 한 달 하고도 몇 주가 벌써 지나갔어요.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 요즘 그렇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바쁘길래 그렇게 연락이 안 되냐고 묻습니다. 사실은 키보드 좀 만지작거리고 크루들과 직화 제육볶음 몇 번 먹었을 뿐인데… 난 아직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이렇게 빠르게 시간이 흐르다니! 저는 즐겼던 순간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바쁘다고 말하기 부끄러워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 요즘 안 바빠… 그냥 조금 정신이 없네.”
“오히려 좋아!”
왜 정신이 없냐고요? 우아한테크코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제게 프로그래밍을 알려주는 존재는 대부분 이름 모를 🇮🇳인도🇮🇳 출신 유튜버들이었거든요. 보통 혼자서 ‘개발할 때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 들으면서 새벽에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모든 활동이 제 머릿속에서 이루어졌죠.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요즘 평생 먹지도 않던 아침밥을 챙겨 먹어요. 멀티스레딩을 공부하며 프로그래밍에 입문했다는 크루와 함께 먹는데, 그 크루와 얘기하다 보면 아침밥보다도 든든한 힘을 얻곤 합니다.
동네 형 같은 어떤 크루는 만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시간 관리 팁이나 기록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며 저를 응원해줘요.
또 다른 크루는 아재 개그와 호탕한 웃음으로 엉뚱한 모습이었다가도, 지식을 공유할 때 교수님과 같은 지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고양이가 최고야… 개발은 힘들다…“라며 매일 본인의 실력을 의심하는 한 크루는 다른 사람의 코드를 기가 막히게 디버깅하며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개발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데 정신이 있을 리가 있나요. 다행히 요즘 새로 습득하는 지식은 이런 경험들과 함께 추억이 되어 제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약간 ‘너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그날 주고받았던 대화의 주제가 떠올라요. 요즘 한 크루가 밀고 있는 표현이 생각나네요.
“오히려 좋아!”.
“잠깐, 피케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은데… 저는 95% 정도 반대해요. ㅎ”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며 한 크루가 제게 했던 말입니다. 그러고는 자세를 고쳐 앉고 한 마디 툭 던지네요.
“설득해보세요.”
사실 성격상 아직 프로그래밍에 관련해서 제 주장을 마음껏 펼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스스로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죠. 그런데 이곳에서는 본인의 생각을 말해야 할 상황이 늘 생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실시간으로 코딩을 하며 누구에게나 그 코드가 열려있어요. 와… 다들 어찌 그리 잘하는지. 말 한마디 하고 나면 저도 모르게 눈치를 계속 보게 됩니다. 지금 내가 말하는 내용이 맞나? 나는 왜 이렇게 구현하려고 하는 거지?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합니다. 지금 제 옆에 자세를 고쳐 앉은 페어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무려 10시간 동안 이어지는 치열한 토론과 구현. 제가 페어의 의견을 존중하듯 페어도 제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점점 더 자주 공유하기 시작해요.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오죠. 주장을 마음껏 펼치기 힘들다고 해놓고 정신없이 얘기하다니. 이 모든 과정마저도 용기 내어 꺼내 보는 말 한마디에 추억으로 바뀝니다.
“근처에 제가 가는 단골 치킨집 있는데 같이 갈래요? 100% 만족 확실해요.”
“고생하셨어요. 이만 머지할게요. 다음 미션 파이팅입니다!”
코드 리뷰를 받다 보면, 리뷰의 마지막에 자주 보이는 표현입니다. 열정적으로 미션을 진행하고 난 후에 이 문장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여러분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앞으로 누군가 제게 왜 그리 바빠 보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 요즘 안 바빠… 그냥 조금 정신이 없네.”
하지만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를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요즘 추억을 쌓아가며 정신없이 성장하고 있어.”
허술한 주장이라도 같이 생각해보며 바로잡아 주는 크루들. 그리고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을 해주는 크루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덕분에 무럭무럭 성장한다는 게 느껴지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더 파이팅 해봐요!
소롱(최솔지)의 글
무無의 미학
우테코에는 내 이름이 없다.
다른 크루들이 우테코에 합격하고 OT에 참여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나에겐 그 기간이 없었다.
아침 9시, 백수로서는 꽤 이른 아침에 추가 합격 문자를 받았다. 처음 불합격했을 때는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익숙해질 때도 됐다. 대신 합격 통보에는 익숙해질 기회가 없었다. 아침 먹는 내내 설렜다가, 당일 오후 2시가 OT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OT 시작 전, 크루들의 사진과 닉네임, 좌우명이 지나갔다. 그 안에 내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무엇이 있어서
좋다고 설명하기는 쉽다. 그렇다고 없는 게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 없으면, 다른 좋은 일이 또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기회에 없어서
좋다고 말해보려고 한다.
우테코에는 규칙이 없다.
우테코의 기본 생활 규칙은 단순하고 쉽다. 현대인으로서 무던하게 살아갈 만한 예의를 가지고 있다면야 어길 일이 없다. 데일리 스크럼과 수업, 특강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일정도 없다. 온라인일 때는 내가 언제 쉬러 가는지 확인할 사람도 없다. 중간에 산책하러 가거나 심지어 낮잠을 자도 된다.
지금까지는 모든 일정을 정형화하려고 노력해왔다. 딱딱 나눈 시간표를 봐야 안심했다. 눈앞에 과제가 있으면 다른 모든 일과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일과 쉼의 분리가 있는 삶이 열심히 사는 인생 같았다. 하지만 정해진 일정을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내 삶으로 돌아갈 시간이 미뤄졌고, 결국 나는 더 불안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방종이 참으로 낯설었다.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나? 진짜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시간표가 없어지니 나는 오히려 워커홀릭이 되었다. 끝없는 몰입과 집중이 탁 풀리는 사이의 순간을 사랑하게 됐다. 이제야 겨우 코딩과 내 삶이 어떤 균형을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학생이 아닌지도 오래되었는데 그동안 나는 왜 스스로를 옭아맬 규칙을 찾아다녔을까?
우테코에는 경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인생은 경쟁의 연속이었다. 무의식중에 남의 실력을 점쳐보고, 이길 수 있을지 가늠하는 나쁜 습관을 길러왔다. 내가 우테코에서 가장 많이 한 말 중의 하나는 ‘저 사람은 왜 여기 있어?’ 아닐까. 그만큼 잘하는 사람이 많고, 자꾸 나와 비교하게 된다. 우테코는 나처럼 열등감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받기 아주 좋은 곳이다.
초반에는 강의가 너무 무서웠다. 나는 강의 내용을 따라잡기도 벅찬데, 채팅창에는 온갖 모르는 단어들이 난무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적어두기만 한 말들이 늘어갔다. 언제 다 공부해서 남들만큼 할 수 있게 될지 참 아득했다. 포비가 아무리 비교하지 말라고 해도 그게 잘 안됐다. 솔직히 말하면 2주차 즈음 울었다.
울고 나서 다시 2주 뒤에 포비의 멘탈 강의가 또 있었다. 그때 정말 감동받아서 딱 세 문장을 일기장에 적어놓았다.
작은 성공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한 가지라도 꾸준히 지속하자. 위안으로 삼을 거리를 만들어라.
매일 미션과 추가 학습 목표를 세우는데 달성하기 쉽지 않았다. 마음먹은 만큼 못하면 또 우울해지곤 했다. 기준이 남에게 있으니 부담감만 더욱 늘어났다.
그래서 포비의 조언에 따라 사고를 조금 바꿨다. 온전히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책을 한 권을 읽든 한 줄을 읽든 일단 읽었다고 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뭐 그렇게 막살지는 않았어’하고 안심하며 잠들면 꽤 괜찮다.
이 글을 쓰면서 포비가 말하는 성공과 나의 성공이 다르리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래도 조금은 더 해야하지 않을까, 압박감이 자꾸 생겼지만 이내 접어두었다. 애초에 포비는 이런 부담을 주려고 한 의도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안 한 것보단 낫지’라는 위안으로 우테코 생활을 지탱해가고 있다.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던 말대로,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으니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면 더 이상 남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들을 남이 아니라 다른 말로 칭하고 싶다. 우테코의 크루들은 나에게 도움을 주고, 내가 도움 줄 사람들이지 나의 적이 아니다. 이제 남이 없어졌으니 또 무엇이 생길지 기대된다. 없으면, 다른 좋은 일이 또 생기기 마련이다.
바다(조아라)의 글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
질문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말이다. 우아한테크코스에는 용기 있는 크루들이 많다.
슬랙에서도 주저 없이 질문과 토론을 주고받고 강의 중에도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로바로 질문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나에겐 두 가지 용기가 없었다.
첫 번째,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첫 번째 용기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용기다.
리뷰어에게 DM을 보낼 때도 초안을 쓰고 있는 날 보며 한 페어는 나에게 왜 이렇게 모든 일에 신중하냐고 물었다.
상대가 한 말을 내가 잘 이해한 것이 맞는지, 내 질문이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는지, 모든 것이 신경 쓰였다.
내가 이걸 몰라도 되는 걸까? ‘왜 이런 걸 물어보지?’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질문할 용기가 없어서 모르는 것이 있어도 혼자 찾아서 해결하려고 했다.
코치와의 면담에서 고민을 얘기할 기회가 있어 이 얘기를 했다.
워니는 어차피 학습을 위해 모인 곳이고 가르쳐주려고 있는 사람들이니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씩 코치들에게 질문하기
라는 미션을 주셨다.
“제 닉네임 아세요?” 같은 것도 질문에 포함된다면 이 미션은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소한 질문이어도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질문은 질문을 낳았다.
두 번째, 나의 지식수준을 정확히 마주할 용기
두 번째 용기는 자신에게 필요한 용기다.
질문을 하기 위해선 생각을 잘 정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지식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걸 왜 이렇게 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하지?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들과 정확히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냥 일단 회피하고 싶었다.
페어 프로그래밍은 코드를 구현하는 시간보다 토론을 하는 시간이 더 긴 프로그래밍 방법이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 내 의견을 잘 말하는 법과 상대의 의견을 잘 듣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처음에는 갈등을 피하려고 토론을 피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얘기했더니 의외로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내가 어설프게 알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채울 수 있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미션을 진행할수록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자주 들어 마음의 여유를 갖는 연습을 했다.
햇살이 좋은 날, 혼자 걸으며 머릿속으로 스스로에 대해 회고를 하는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자. 불안해하지 말자.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너무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가끔은 이상한 질문을 해도 괜찮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솔직히 말하면, 레벨 1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어렵다. 불안한 마음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은 당분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가고 있음’ 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