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퍼블리셔란 무엇일까?
지난 주 금요일에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인터넷 에코 어워드 퍼블리셔 부문에서 개인공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도대체 내가 뭘 해서 상을 받았고 다른 좋은 사람도 많은데 왜 내가 받았을까에 대한 고민을 몇가지 해보다가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수상후기이기도 하며 미래에 더 공부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해나갈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표준을 볼까?
내 모든 커리어의 시작은 20살 첫 회사에서 퍼블리싱을 시작한 거였고, 그로 인해서 퍼블리싱 업계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 전에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외국어과를 나왔고 성적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첫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 당시 사수님이 “표준을 봐야한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당시에는 영어를 몰라서 하루에 5분 보고 접고, 다시 펼쳤다가 5분만에 접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5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20분이 되고, 20분이 1시간이 되고 하다보니 지금은 하루종일 표준만 읽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러면 많이 지치지만 말이다.
내가 4년차에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좋은 걸 왜 안읽을까?”였다.
의외로 매우 단순한 곳에 문제가 있었는데
- 영어다
- 영어인 와중에도 어려운 영어다
- 영어인데 기술문서다
그러다보니 내가 차마 다른 사람에게 “표준 읽으세요”라고 하기가 그런 것이다.
나도 읽기 힘들었는데 이제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으려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번역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했지만,
그 다음에는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한 뒤 일본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다.
의외로 일본어가 단어의 조합이 매끄러운 케이스가 많아서 나는 주로 그렇게 한다.
영 모르겠다 싶으면 번역기 돌려보고 다시 문장을 짜맞춰보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조금은 더 나은 번역이 된다.
그렇게 해서 지금 번역된 스펙을 읽는 사람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그렇게 많지 않다.
실제로 내 블로그의 조회수 기록을 보면 많이 낮은 편에 속한다. 오히려 예전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때보다도 낮은 편에 속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표준을 읽어야할까?
개발자는 항상 코드와 함께 지내야한다. 코드에는 반드시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표준에서도 모호성을 지니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는 법칙은 없다.
다만 웹에서 표준 기술이라는 건 모든 브라우저에서 표준을 따르기로 협의되어있고,
표준을 따르지 않는 브라우저는 “특출난” 게 아닌 “도태된” 것에 조금 더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표준을 지키지 않는 상황은 예외상황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오래된 브라우저를 쓰는 사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을 제대로 따른다면 어느정도의 상황까지는 구현이 가능하다.
웹에서 표준이라는 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의 원인을 추측해나가는 과정에서,
표준에 명시되어있는 내용이라면 바로 해결할 수 있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브라우저의 문제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단 점에 있다.
즉 문제 해결과정이 단순해진다.
그리고 표준을 잘 지킨다는 건 표준을 준수하는 모든 브라우저에서 내 웹사이트가 잘 나올 거란 걸 기대할 수 있단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나은 웹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항상 표준을 지키며 개발하기는 어렵지만,
표준을 지키지 않고 개발하기는 너무 쉬운 일이라서,
꽤 많은 사람이 표준을 지키지 않는 쪽으로 점점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표준을 지키지 않은 코드는 먼 훗날 이슈가 발생한다.
그 이슈가 발생했을 때가 되어서야 “표준을 준수했어야하는데”라 후회한들 돌이키기 어렵고,
결국 레거시를 안다가 코드를 바꾸는 경우가 대다수다.
“잘 돌아가는 코드인데 왜 굳이 새로 구현해?” 라는 질문에 답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표준을 안다는 건 내가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
어디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찾아나가야하는 지 알 수 있다는 거고,
그걸 앎으로써 문제 해결과정이 깔끔해지며,
유관 개발부서와의 협업도 깔끔해지고 문제해결과정도 깔끔해진다.
그래서 결국 좋은 퍼블리셔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퍼블리셔란 단순하다.
표준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 미래의 표준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만 한다면 적어도 멋진 퍼블리셔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내 앞날 챙기기도 바쁘지만 말이다.